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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을 동반한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비만치료
양산부산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조영혜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비만 유병률은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2020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7명 중 1명이 비만으로 추정된다. 2020년 기준 국내 성인 비만율(>BMI 25kg/m2)은 38.3%로 집계되었다. 이렇게 비만이 증가함에 따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비만 동반질환의 유병률도 동시에 증가했고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의 증가, 고도비만의 증가 등의 요인과 더불어 앞으로도 증가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비만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가장 중요한 예측 인자로 알려져 있다. 일반 인구집단에서 수면무호흡증의 유병률은 15%로 추정되는 반면, 비만 성인 코호트에서는 30%로 두 배 증가한 유병률을 보인다. 체중이 10% 증가하면 4년 동안 수면무호흡증 발병 위험이 6배 증가하고 AHI가 32%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체지방이 증가하면 기도와 인두벽에 지방이 침착되어 인두내강 직경이 감소한다. 상기도근육 기능 저하, 인두확장 근육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 비만으로 인한 만성적 전신 및 국소 염증 반응이 이러한 요인을 악화시킨다.
수면무호흡증은 간헐적 저산소증, 수면부족, 대사불균형을 인해 코티솔, 렙틴, 그렐린과 같은 비만관련 호르몬들의 이상을 야기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배고픔과 칼로리 섭취 증가는 비만 발병과 악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렇게 비만과 수면무호흡증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7-11%의 체중감량으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수면무호흡증 개선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체중감량 방법과 관계없이 체중을 많이 감량한 경우, 기저에 경한 수면무호흡증을 가진 경우에는 수면무호흡증의 관해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개인마다 기저질환, 개인의 특성, 처한 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화된 비만치료 전략이 필요하고 한 가지의 치료방법이 아닌 효과적으로 알려진 여러 비만치료 방법을 통합하여 사용해야 한다.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신체활동을 늘리는 생활습관교정은 비만 치료의 기본이다. 적극적 생활습관 중재의 효과를 확인한 Look AHEAD 임상시험의 보조 연구인 Sleep AHEAD(Action for Health in Diabetes) RCT에서 264명의 제 2형 당뇨병을 동반한 비만/과체중 동반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대상으로 집중 생활습관 중재의 효과를 확인하였다. 집중생활습관중재군은 식사 대용식을 사용하여 하루 1200~1800kcal의 저칼로리 식단과 주당 최소 175분의 중등도 강도 신체 활동을 시행하였고 대조군은 일상적 교육을 실시하였다. 1년 후 평균 10.5%의 체중 감량을 달성한 집중생활습관중재그룹은 일상적 교육 그룹에 비해 수면무호흡증의 완전 관해를 3배 높게 달성하였고 apnea-hypopnea index (AHI)는 시간 당 9.7건 줄어들었다. 초기 AHI와 체중 감소는 1년 후 AHI 변화를 가장 강력하게 예측하는 인자였으며, 체중을 10kg 이상 감량한 사람들의 AHI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이후 거의 50%의 체중이 회복되었지만 수면무호흡증에 대한 긍정적인 결과는 4년동안 유지되었는데 이는 체중감량 외에 체력 향상, 신체활동 증가 등의 생활습관이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다양한 긍정적 이득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초저칼로리 식단 (Very low calorie diet, VLCD)은 800kcal/d 미만으로 칼로리를 제한하는 식이요법이며 이를 이용한 체중감소는 수면무호흡증과 혈압 및 압력 반사 민감도를 개선시키는 것을 보였다. 또한 중등도-중증의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구조화된 VLCD 프로그램을 사용한 한 연구에서, 연구참여자들은 9주 만에 17%의 체중 감소와 67%의 AHI 감소를 보여주었다.
지중해식 식단은 WHO에서도 인정하는 건강식단으로 통곡물, 콩, 과일, 야채, 생선, 해산물, 올리브 오일 등을 주로 섭취하고 가공식품, 정제곡물 등을 제한하는 식사방법으로 비만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대사질환 등에 건강상 이점을 보인다. 지중해식 식단은 체중감소와 별개로 산화스트레스 및 염증의 감소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비만의 식이 치료에서 식사의 질을 강조하고 있는데 적절한 칼로리 섭취와 건강한 식이 재료 및 조리방법을 권장하는 식이교육이 수면무호흡을 동반한 비만환자에게 적절하겠다.
비만치료는 식이, 운동, 행동치료가 기본이지만 이를 통해 성공적으로 비만치료를 이루기란 매우 어렵다. 비만환자에서 식탐과 식욕관련 호르몬의 변화, 고착화된 생활습관이 성공적인 체중감량을 방해하고 체중이 빠지더라도 신경-내분비 호르몬이 다시 체중을 원상태로 돌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비만 환자에서 비만약물치료를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된다. 현재 국내에서 장기적으로 사용 가능한 비만 약제 중 phentermine/topiramate 복합제(큐미시아 정®)와 liraglutide 주사제(삭센다 펜주®)가 수면무호흡증 관련 증상 개선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비만약제는 1년 사용시 위약 대비 6-10% 정도의 체중감소 효과가 있으며 수면무호흡증 증상은 이러한 체중 감소에 의해 매개된다. 약제마다 금기,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적합한 비만치료 약제를 선택해야 하며 3개월동안 5% 이상의 체중감소가 없는 경우에는 약제 변경 혹은 환자 재평가를 해야 한다.
비만대사수술은 위장관의 해부학적 구조를 변경하여 신체의 영양소 흡수 뿐 아니라 배고픔과 포만감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 호르몬 변화에 영향을 주는,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비만치료 방법이다. 위의 용적을 100ml로 제한하는 위소매절제술과 부피제한 및 소장 우회를 동시에 하는 루와이 위 우회술, 이렇게 2가지 방법이 주로 시행되고 있다. 수술방법에 따라 체중감량 효과는 다르지만 초과된 체중의 50-70% (대략 초기 체중의 20-35%) 정도의 체중감량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는 다른 치료방법에 비해 장기적으로 유지된다. 루와이 위 우회술이 더 큰 체중감량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수면무호흡증 관해 및 증상 개선에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에 보고된 대사 수술 연구에 대한 분석 결과, 비만대사수술은 BMI를 16kg/m2, AHI를 34/h 감소시켰다. 국내에서는 BMI 35kg/m2 이상 또는 BMI 30kg/m2이면서 당뇨, 고혈압,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합병증을 동반한 비만환자에게 비만대사수술 급여를 적용한다. 수술 시 마취 이환율 및 사망률 감소를 위해 수술 전 비만환자의 수면무호흡증 동반여부를 확인하고 양압기치료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비만과 수면무호흡증은 깊은 상호작용을 가지고 있는 질환으로 기전에 있어서도 치료방법에 있어서도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비만환자의 수면무호흡증 평가 및 치료, 수면무호흡증 환자의 비만 평가 및 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겠다. 비만 치료의 기본인 식이, 운동, 행동치료를 통해 체중감량 뿐 아니라 수면무호흡증 증상 호전 및 관해율을 높일수 있고 환자에 따라 비만약물치료, 수술치료가 두 질환에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