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Sleep은 매년 1월, 5월, 9월 발간 예정입니다
체중과 함께 오르내린 수면호흡장애의 굴곡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재민
저는 원래 통통한 체형으로 살아왔습니다. 인생에서 몇 차례 체중 관리에 몰두한 시기를 제외하면, 늘 몸무게는 조금씩 늘어나 있었습니다. 의예과 1–2학년 때와 군의관 복무 시기를 제외하면, 공부와 수련에 매진했던 본과 생활, 인턴•레지던트 기간 동안 체중은 끊임없이 증가했습니다.그 결과, 임상강사•임상조교수 시절 진료와 연구에 몰두하던 어느 순간에는 제 몸무게가 120kg을 넘게 되었습니다.
그 시기 제 일상은 늘 피곤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잠깐만 누워도 금세 코를 심하게 골며 깊은 잠에 빠졌고,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고혈압 진단을 받았고 약물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환자들에게 늘 강조하던 "수면의 질"이 제게는 가장 부족한 요소였던 셈입니다.
그러던 중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며, 병원과 학회의 각종 회식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저에게는 뜻밖의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운동과 식단 조절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퇴근은 늘 걸어서 했고, 하루 두 끼를 샐러드로 해결했습니다. 평일에는 보통 3–4만 보, 주말에는 5만 보를 걸었습니다. 그렇게 8개월을 보낸 결과 약 45kg을 감량해 75kg까지 내려갔습니다. 놀랍게도 수면무호흡과 고혈압은 모두 사라졌습니다. 이후 약 3년 동안 그 몸무게를 유지하며, 다시 젊음을 되찾은 듯한 활력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4년 3월, 의정사태로 전공의들이 사직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습니다. 주 1-2회 교원 당직을 서야 했고, 낮 동안에는 여전히 의지를 다져 샐러드만 먹었지만, 밤 9시가 넘으면 피로와 허기에 지쳐 치킨 한 마리씩 꼭 시켜 먹었습니다. 원래라면 그 시간에 집 근처 안양천을 걸었겠지만, 당직으로 지친 몸과 마음은 다시 예전의 습관으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그렇게 1년 반이 흐르니 몸무게는 95kg으로 늘었고, 다시 수면무호흡이 찾아왔으며 혈압약도 복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5년 전처럼 힘든 노력을 감내하며 운동과 식이조절에 매달려야 할지, 아니면 최근 등장한 약물치료(예: GLP-1 작용제인 마운자로)를 고려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설령 큰 노력을 통해 체중을 줄이고 건강을 되찾는다 해도, 또다시 삶의 어려움이 닥치면 체중이 돌아올 수 있다는 현실입니다. 결국 수면호흡장애와 비만은 단순한 생활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의 굴곡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험은 저에게 단순한 의학적 지식 이상의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수면호흡장애 환자들에게 "체중을 줄이면 좋아집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가벼운 조언일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그 길은 험난하고, 때로는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긴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이야기가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작은 공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환자, 가족, 그리고 의료진 모두가 이 여정을 함께 겪고 있다는 마음으로, 언젠가는 누구나 편안하고 좋은 수면을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